‘윤석남: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작품들에 대해서 (2020)
Yun Suk-nam: Women Who Sacrificed for the Independence Movement, Recorded in History (2020)
(The Hidden Contributions of Women in Korea’s Independence Movement)
윤석남 작가는 2010년대 후반, 한국의 초상화 전시를 관람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의 초상화 작품들을 모은 전시에서,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 자화상은 약 20cm x 40cm 크기로, 윤두서의 얼굴이 담긴 소중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마주한 순간, 작가는 심장이 멈추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까지 설치 작업과 목공 작업만 해왔던 작가는, 이 자화상을 통해 비로소 한국 전통 회화 기법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한지에 그려진 자화상은 마치 윤두서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기법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한국 전통 회화는 주로 채색화와 수묵화로 나눠지며, 그 안에는 다양한 기법들이 존재한다. 특히 인물화나 초상화에서는 섬세한 묘사와 정교한 채색 기법이 중요한 특징이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그러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작가는 그 그림을 통해 한국 전통 회화의 깊이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자신이 추구해온 작업들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느끼며, 작가는 전통 회화 기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
그 후, 작가는 한국의 초상화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찾아보았다. 이조 시대 초상화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여성의 초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두 명의 무명 여성의 초상화는 있었지만, 그들은 누군가의 아내로만 언급되었고, 반면 남성들은 이름과 직책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이조 시대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소외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남기지 못한 채, 종종 뒷전으로 밀려났고,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지 않은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동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여러 자료를 통해 그 시대 여성들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가려졌는지, 그들의 기여가 어떻게 무시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독립운동에서 남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성들은 폭탄을 던진 남성들의 뒤에서 그들을 지원하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했지만, 그들의 기여는 종종 잊히고 묻혀버렸다. 작가는 그들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며,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다시금 되살리려는 결단을 내렸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윤석남 작가는, 예술을 통해 역사와 사회에서 간과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새롭게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그가 바라보는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역사와 문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Yun Suk-nam, the artist, had a deep reflective experience while attending a portrait exhibition in the late 2010s. At the exhibition, which showcased portraits spanning 500 years of the Joseon Dynasty, she was particularly struck by a self-portrait by Yun Du-seo. The portrait, measuring approximately 20cm by 40cm, was a precious work featuring Yun Du-seo’s face. Upon encountering the piece, the artist felt a profound emotional reaction, as though her heart had stopped. Until then, she had primarily focused on installation and woodworking, but through this self-portrait, she was finally drawn to the allure of traditional Korean painting techniques. The portrait, painted on 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felt as though she were conversing with Yun Du-seo, sparking a desire to learn more about this technique.
Traditional Korean painting is primarily divided into chae-saek-hwa (color painting) and sumukhwa (ink wash painting), each with its own array of techniques. In particular, portraiture and figure painting are characterized by delicate depictions and intricate coloring techniques. Yun Du-seo’s self-portrait, while adhering to this tradition, delicately revealed his inner world, allowing the artist to experience the depth of Korean traditional painting. It was a moving encounter that differed from the works she had previously pursued, and it deepened her understanding and interest in traditional painting techniques.
Afterward, the artist delved into various books on Korean portraiture. While reading about portraits from the Joseon period, she was shocked to discover that women’s portraits were nearly absent. There were very few instances where women were depicted, and those who were, were often only mentioned as the wives of men in positions of authority. In contrast, the men of authority had their names and titles clearly recorded. This reality starkly revealed how marginalized women were in Joseon society. These women, their voices silenced by history, were often relegated to the background. The artist felt a strong desire to overcome the reality that their stories were not recorded.
In particular, she focused on the stories of women who sacrificed their lives for their country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Through various materials, she realized how these women were erased from history and how their contributions were often ignored. While it is true that men took the lead in the independence movement, women also played critical roles in their own ways. Women supported the men who threw bombs, contributing to the independence movement in their own manner, yet their contributions were frequently forgotten and buried. The artist made a firm decision to honor their sacrifices and love, to remember them, and to revive their stories for the world.
Through this reflection, Yun Suk-nam solidified her resolve to record the voices of women who had been overlooked by history and society through art. To her, art is not merely a visual expression; it carries a social message and plays a crucial role in reviving the stories of those marginalized throughout history and culture.
윤석남의 일본인 친구들 작품에 대해서
The Works of Yun Suk-nam’s Japanese Friends
2019년 윤석남의 친구들 전시에서, 작가는 미술가로서의 여정 속에서 몇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인연을 담아내며 특별한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분들은 한국에서 전시할 당시 일본에서 방문하신 큐레이터분들과 작가님들로, 작가의 예술적 여정에 큰 영향을 미친 분들이다.
작가는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들과 교류하며 나눈 소중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 덕분에 자신의 예술적 시각과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작은 표현으로, 작가는 그들의 지지와 격려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고 있다.
작가는 이 특별한 그림을 통해 오랜 친구들에게 진솔한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이 그들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앞으로도 서로의 예술적 여정을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In the 2019 exhibition Yun Suk-nam’s Friends, the artist created a special painting that encapsulated the experiences and connections she had built over decades as an artist. This work was created as an expression of gratitude to the friends who had been with her for so long. Specifically, these individuals were curators and artists who visited during her exhibition in Korea from Japan, and they played a significant role in shaping her artistic journey.
Over the course of 40 years, the artist has cherished the invaluable moments shared with these friends. The meetings, conversations, and feedback on each other’s works have been a source of great strength, enabling her to refine and expand her artistic perspective and skills. This painting is a small gesture of thanks, reflecting the deep gratitude the artist feels for their support and encouragement.
Through this special painting, the artist aimed to convey her heartfelt appreciation to her long-time friends. She hopes that this work will revive precious memories and serve as a reminder of their ongoing support for each other’s artistic journeys in the future.
‘윤석남: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작품들에 대해서 (2021)
Yun Suk-nam: Women Who Sacrificed for the Independence Movement, Recorded in History (2021)
(The Hidden Contributions of Women in Korea’s Independence Movement)
현재 윤석남 작가는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1860년부터 1945년까지, 해방 이전에 생존했던 이 여성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그들의 역사 속 흔적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선에서 직접 폭탄을 던지거나 총을 들고 싸운 전사들은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한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끊임없는 감시와 압박 속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며 감옥을 오갔고, 때로는 이름 없는 채로 고통받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종종 묻혀 있었지만, 작가는 그들의 존재를 예술로 불러내고 싶어 한다.
윤석남 작가는 그들의 삶을 단순히 기록하거나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그녀는 그들의 목소리가 직접 들리는 듯한 생동감을 작품에 담기 위해 상상력의 날개를 펼친다. 그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들의 고통, 용기, 희생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작가는 각 여성들의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그들이 살아 숨 쉬는 순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그들에게 단순히 기억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은 사회적 억압과 투쟁의 의미를 오늘날까지 되새기게 하려는 깊은 의도가 담겨 있다.
작가는 목표를 두고 있다. 바로 120명의 여성들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 수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는 윤석남 작가가 그동안 느낀 감동과 존경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그녀 자신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그녀는 그들의 눈빛, 손짓, 그들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게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그들의 삶을 후세에 전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잊혀졌던 그들의 투쟁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Currently, Yun Suk-nam is creating works centered around the lives of women who participated in the independence movement. From 1860 to 1945, she is researching these women who lived before Korea’s liberation, trying to revive the traces of their history. While they may not have been warriors who threw bombs or fought with guns on the front lines, these women played crucial roles in the struggle for the country’s independence. Despite constant surveillance and pressure, they maintained their beliefs, went in and out of prisons, and at times suffered in anonymity. Their stories have often been buried in history, but the artist aims to bring their existence to life through art.
Yun Suk-nam does not simply wish to record or reproduce their lives. In a time when resources are scarce, she spreads her wings of imagination to capture the vividness of their voices in her works. What she seeks to create is not just an image, but a sensory transmission of their pain, courage, and sacrifice. She explores the inner worlds of each woman, visually unfolding their stories and creating moments where they are alive again. This work is not just about giving them memory, but also about renewing the significance of the social oppression and struggles they endured, prompting reflection for the present day.
The artist has set herself a goal: to portray a hundred women. This number is not just a figure; it is a symbol of Yun Suk-nam’s deep respect and admiration. This project holds great personal meaning for her as well. She meticulously captures the weight of each woman’s life—her gaze, gestures, and the essence emanating from their existence—so that their stories can transcend time and space, reaching others. Through this work, the artist not only aims to pass on their lives to future generations but also to bring attention once again to their long-forgotten struggles, sharing their legacy with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