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광주여성영화제, 주목 이영화] 폐막작 ‘핑크문’ – 드림투데이

핑크, ‘저항’의 색으로 피어나다
10일 오후 7시 CGV 광주금남로 1관

올해로 16회를 맞은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우리는 빛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스크린을 밝힌다. 매년 새로운 시도로 여성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영화제는 올해 역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광주여성영화제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주요 섹션과 상영작을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폐막작 ‘핑크문’.

 16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 ‘핑크문’이 10일 오후 7시, CGV 광주금남로 1관에서 상영된다.

 16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윤한석 감독의 영화 ‘핑크문’은 한 여성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한 인간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자신과 세계의 이야기를 새로 쓰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윤석남은 젊은 시절부터 그림을 사랑했지만,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그 꿈은 쉽게 꺾였다.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길을 포기해야 했고, 결혼과 육아의 시간을 통과하며 자신의 꿈인 예술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 다시 붓을 잡았고,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부화가’, ‘규수작가’라는 낙인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그 언어조차 자신의 색으로 바꾸어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여성의 삶을 중심에 두었다. 시장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을 부양하는 여성, 노동과 생존의 현장에서 버티는 어머니 같은 이들이 그의 화폭에 등장한다. 초창기 회화 작업에서는 민중의 질감이 거칠게 살아 있고, 그 안에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주변화 되어온 여성들의 일상이 배어 있다. 윤석남에게 여성은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유일한 창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화에서 설치, 조각으로 표현 방식을 확장했다. 작업의 방향은 늘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1995년 설치작품 ‘핑크룸’은 그가 40대에 느꼈던 불안과 사회적 시선을 상징하는 전환점이었다. 흔히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소비된 ‘핑크’를, 그는 자신 안의 불안과 분열,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생명력의 색으로 재해석했다. 핑크는 연약함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저항의 색이 되었다.

 윤석남의 시선은 과거로도 향한다. 그는 조선시대 초상화 속에서 여성의 얼굴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때부터 100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잊힌 이름들을 화폭에 불러내는 일은 그에게 역사와 예술이 만나는 자리였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지워진 얼굴에 생명을 다시 부여하는 예술적 복원이었다.

 ‘핑크문’은 이러한 윤석남의 여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영화 속에서 그는 예술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고, 또 다시 세상과 화해한다. 나이 듦이나 성별은 그의 작업을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한계를 통과한 자리에서 그의 예술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의 예술은 어떤 선언보다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단단하다. 그는 평생 ‘여성’을 그렸지만, 그 여성들은 단순한 타자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을 다시 묻는 존재들이다. 예술은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윤석남은 자신의 생애로 증명하고 있다.

 영화 ‘핑크문’은 그래서 한 예술가의 초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근현대사 속에서 여성들이 감당해 온 억압의 구조와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세워온 존재들의 기록이다. 영화는 윤석남의 삶을 통해 묻는다. 한국의 역사는 여성의 희생 위에 쌓여온 것은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윤석남은 여전히 그 질문에 답하듯 그림을 그린다. 그의 붓끝은 ‘엄마이자 언니이자 동지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모든 생을 꿰뚫는다. ‘핑크문’은 그 삶의 빛을 조용히 비추며, 예술이란 결국 자신을 지워온 세계 속에서 ‘나는 여기 살아 있다’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16회 광주여성영화제는 배체와 차별의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비추며 연대해온 여성, 소수자들이 ‘우리의 빛으로’ 연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5일간 쉼 없이 달려왔다.

 폐막작 영화 ‘핑크문’은 세상에 잊혀진 여성들의 모습을 예술로 담아낸 윤석남 화가의 ‘연대의 의지’가 담겨 있는 영화다. 앞으로 광주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여성과 소수자 모두 연대하여 ‘우리의 빛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다혜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처: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6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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