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키아프리즈서 만난 아시아 여성 미술 거장 10인 – 여성신문

이세아 기

[2025년 키아프리즈] 추상미술 거장들부터 신진 유망 작가까지 한자리에

추상 미술의 전설들부터 한옥 구조를 현대미술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아시아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서울 코엑스에서 찾았다. 지난 3일 개막한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Kiaf)·프리즈(FRIEZE) 서울 2025’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이다. 무엇보다 눈이 즐겁다. 남성 중심 미술계에서 편견과 싸우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해 온 이 용감한 예술가들의 역사를 알고 보면 가슴이 더 뛴다. 

이정지, 우리가 알아야 할 한국 추상 거장 

남성 추상미술 거장들의 그늘에 가려졌던 이정지(1943-2021)는 이제 세계 거장들과 나란히 조명되는 작가다. 선화랑은 이번 프리즈 서울 마스터즈 섹션에서 작가의 1980~90년대의 주요 작품들로 구성된 단독 부스를 열었다. 키아프 부스에서도 작가의 근작들을 공개했다.

1980년대 작품들은 주로 흙빛 같은 차분한 색이 눈에 띈다. 롤러로 물감을 칠한 후 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런 반복적인 행동이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1990년대에는 색깔을 더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했고, 화면에 서체를 그려 넣었다. 그의 대표작 ‘MUⓇ UE’ 시리즈는 프랑스어 ‘mur(벽)’과 ‘rue(길)’을 합친 말이다. 삶에서 마주치는 벽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길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자연의 깊은 의미와 명상적인 느낌을 그림 안에 리듬감 있게 담아냈다.

선화랑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진 ‘단색화’의 세계에, 이토록 강렬한 작업을 일찍이 남긴 여성 작가가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다. 재평가가 시급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트페어에서 이정지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윤석남, 마흔에 붓 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

학고재갤러리가 ‘프리즈 서울 2025’에서 선보인 윤석남 화백 작품들. ⓒ이세아 기자
학고재갤러리가 ‘프리즈 서울 2025’에서 선보인 윤석남 화백 작품들. ⓒ이세아 기자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2008, 혼합재료, 가변크기. ⓒ윤석남/학고재갤러리 제공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2008, 혼합재료, 가변크기. ⓒ윤석남/학고재갤러리 제공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역사로 불리는 윤석남(86) 작가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40대에 늦깎이로 미술을 시작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잊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강렬한 그림으로 되살려냈다. 역사책에서 빠진 여성 독립운동가들, 문학 속 여성 인물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모든 한국 어머니들이 그의 작품 주인공이 된다. 특히 날카로운 눈과 큰 손으로 그려진 여성들은 약한 피해자가 아니라 어려운 현실을 당당히 살아가는 강한 존재로 표현된다. 2008년부터는 버려진 나무로 1025마리의 유기견 조각을 만들기도 했다.

윤석남 화백. ⓒ여성신문
윤석남 화백. ⓒ여성신문

런던 테이트 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 학고재 갤러리 부스에서 유기견 조각들, 여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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