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부터 독립운동가까지…윤석남화백, 여성의 우정을 그리다, 서울경제

해녀부터 독립운동가까지…윤석남화백, 여성의 우정을 그리다 [작가의 아틀리에]

■윤석남 화백 화성 작업실·수장고
불혹에 자아 찾기 위해 든 붓…”그림은 내가 살아있는 이유”
유관순 등 70여명 女독립운동가 연작…”100점 채우고파”
유기견 돌보는 할머니 사연에 5년여간 1025마리 강아지 조각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이달 17일 경기 화성시 융건릉 인근에 위치한 윤석남(85) 작가의 작업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기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이날 두 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2층으로 마련된 작가의 작업실은 한쪽은 작업 공간, 한쪽은 커다란 수장고로 사용되는데 두 건물이 모두 ‘저택’이라 할 만큼 층고가 높고 웅장했다. 작업실에는 작가의 대표작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두어 점이 세워져 있었고 책상에는 또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제작을 위한 사전 작업인 드로잉 작품이 놓여져 있었다.

작업실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소파에 앉았다. 올해는 윤석남이 전업 작가로 일을 시작한 지 45년째 되는 해다. 감회를 묻자 작가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날을 회상했다. 작가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여성 작가들보다 늦은 만 40세에 처음 그림을 시작했다. 평생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마흔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결혼 전에는 형제들의 학업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결혼 후에는 밥벌이를 하며 자식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전후 한국 여성의 모습이다. 작가는 “마흔이 될 때까지 시어머니와 함께 단칸방에 살았는데 남편이 주는 월급을 안 쓰고 모아서 10평부터 시작해서 계속 집을 넓혔다”며 “마흔쯤 됐을 때 꽤 좋은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45년 전 4월…윤석남, 화가가 되다

윤석남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윤석남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윤석남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윤석남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1979년 4월 25일. 윤석남은 이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 작가는 월급봉투를 들고 나가 화구를 사왔다. 그는 “이제 가정을 위해 이만큼 살았으니 나를 위해 살겠다”며 남편에게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언했다. 작업실은 애써 마련한 아파트의 방 한 칸. 작가가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어머니·아내는 꿈을 접고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돌연 ‘나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으니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내 부친은 소설가 윤백남으로 예술가의 피를 물려 받았고, 남편은 가부장제와 거리가 멀어서 기꺼이 내 꿈을 지지해줬다”며 “가난했지만 좋은 운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시작은 취미에 가까웠다. 미술을 전공하기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첫 번째 그림은 ‘친정 엄마’ 다음 그림은 친구들 등 지인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유명해지면 좋지만 유명해지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며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홍익대 미술학부를 졸업한 한 친구가 전시를 제안했다. 서울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할 자신의 개인전 공간을 분리해 윤석남에게 자리를 내준 것. 그게 그의 첫 번째 전시다.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 아마추어 작가였지만 그는 지금처럼 그때도 과감하고 화통했다. 어머니와 친구들의 모습을 100호, 120호에 달하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 전시한 것. 추상화 일색이던 당시 미술계에서 이 전시는 꽤 화제가 됐다. 그렇게 그는 미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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