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남의 ‘자화상-2’, 한지에 먹(2016). 자하미술관 제공
한국 여성주의,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윤석남(78)의 예술적 여정을 드로잉으로 살펴보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오는 17일 자하미술관(서울 부암동)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이다.
이번 전시회는 1980년대부터 2010년에 이르는 드로잉 100여점을 중심으로 최근 본격적으로 작업 중인 자화상 드로잉,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미발표작 유화 등으로 구성된다.
윤 작가는 “작가와 관람객의 생각을 서로 나누고 교류하는 소통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주로 선보인 입체나 설치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드로잉은 관람객들과 보다 자연스럽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드로잉의 주인공들은 다양하다. 윤 작가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 어머니를 비롯해 ‘어머니’로 상징되는 이 시대 수많은 여성들, 나아가 주체적으로 서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매창, 허난설헌 등의 여성들도 불러왔다.
작가는 그들을 통해 여성의 소외와 주체성을 이야기하고, 가부장적 권력의 젠더 구조 같은 사회적 부조리, 모성애의 애틋함이나 생명 존중에 대한 관심도 드러낸다. “작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 전, 그 이후에도 꾸준히 드로잉 작업을 해왔죠. 특히 1980년대는 매일 수산시장에 가서 치열하게 사는 여성 상인들을 많이 만났어요. 소리를 지르고 거친 행동을 보이는 그들이지만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어요.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죠.”
윤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몇 년 동안은 “거의 일기처럼” 드로잉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작가의 풋풋하고 솔직담백한 생각과 시선들이 드로잉 속에 녹아 있다는 의미다.
전시명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는 윤 작가가 2010년 여류 시인 황진이를 기린 작품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황진이’에서 따왔다. 전시는 4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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