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식]’조각가의 드로잉’, 2011.9.9~11.20

조각가의 드로잉 / Sculptor’s Drawing展
기간: 2011_0909 ~ 2011_1120
장소: 소마미술관 SOMAMUSEUM
서울 송파구 방이동 88-2번지 제1~5전시실

1987년 1988년 세계현대미술제의 일환인 두 차례의 야외조각심포지엄과 국제야외조각전을 거쳐 조성된 ‘올림픽조각공원’은 1998년 10주년을 기념하는 야외조각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서울올림픽미술관’이란 명칭의 정식 문화공간으로 발족하였다. 조각공원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중에 현재의 미술관 건물을 신축하여 2004년 개관하였으며, 2006년 ‘소마미술관’으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각공원 속 미술관으로서 소마미술관은 2004년 개관전 『정지와 움직임』을 시작으로 조각을, 2006년에는 드로잉센터 개관과 함께 드로잉을, 즉 조각과 드로잉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집약되는 전시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조각의 개념 확장을 보여주는 전시, 조각과 드로잉을 접목시킨 전시를 꾸준히 열어 왔는데, 2006년 『부드러움』, 2008년 『8808 Outside In』, 2009년 『드로잉 조각, 공중누각』 등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조각가의 드로잉』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 이러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조각공원과 미술관이 별개로 인식되고 있어서 이 둘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올림픽공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각 작품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니리만큼, 멋지고 근사한 작품들이 이곳저곳 포진해 있다. 이러한 조각공원이 그저 역사적 사료로서 보존되고 있을 뿐, 10년 넘게 눈에 띄는 활동이나 변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소마미술관이 살아있는 문화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조각공원과 미술관이 보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적 개선, 즉 새로운 피의 보충과 오랜 장기의 수술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들만으로 구성하여 규모가 크진 않지만 조각공원을 상징하는 작가와 작품을 미술관 공간 속에 끌어옴으로써 조각공원과 미술관이 융합되도록 공간 인식을 환기하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소마미술관의 정체성은 조각공원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각가의 드로잉은 올림픽공원 내 조각 작품과 연계하여 조각가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드로잉을 전시함으로써 조각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고, 조각과 드로잉으로 수렴하는 소마미술관의 정체성을 환기시키고자 기획되었다. 조각공원에 세워져 있는 기념비적인 조각 작품들에서 ‘중력’과 ‘덩어리’를 중시하는 전통적 조각의 개념을 살펴볼 수 있다면, 미술관 전시실에서는 현대로 오면서 점차 확장된 조각의 양상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전통적 조각 개념의 해체 과정은 ‘드로잉’의 개념 확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조각과 드로잉의 연관성에 주목하면서, 전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파트 1_조각적 구현을 위한 드로잉 ● 조각은 공간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인 만큼 스케치, 설계도, 에스키스 작업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조각가들의 드로잉이 특별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조각가들은 작품 자체로서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공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의 완결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이 양산되며, 드로잉은 조각가의 독특한 시점과 내밀한 사유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회화가 2차원적 평면에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조각은 3차원적 공간에 실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각가는 실질적으로 세계에 참여하여 조각이라는 물질을 시간과 공간 속에 부여한다. 그러므로 조각가의 드로잉에서는 매체와 공간에 대한 작가의 구체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세상과 나의 관계, 공간과 작품의 관계, 매체와 표현의 관계 등에 대한 작가의 내밀한 성찰과 사색이 담긴 드로잉은 조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가의 정신에 다름없다. 여기서 드로잉은 작가가 작업에 대한 사고와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간의 흔적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강태성, 김영원, 박상숙, 박석원, 엄태정, 이승택, 이종빈, 최만린의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사고와 행위가 어떻게 조각으로 수렴되어 가는지 관찰할 수 있다.

파트 2_독립된 장르로서의 드로잉 ● 오늘날의 드로잉은 단순히 밑그림의 차원을 넘어서 독립적인 장르로서 인식되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예술의 경향을 통합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으로서 부상하게 되었다. 드로잉이 현대 들어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의 입장에서 날 것, 진솔한 것, 적나라하기까지 한 것으로서 작가의 복잡 미묘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은밀한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 혹은 도무지 알 수 없는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대한 반대 작용으로 직접적이고 편안한 감상 대상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찰나의 행위 뿐 아니라 오랜 구상과 치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행위의 결과물까지 드로잉은 광범위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부여했다. 모더니즘 미술의 뻣뻣한 권위에 대항하여 모든 제약과 구속을 훨훨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던 작가들의 정신을 드로잉을 통해 엿볼 수 있다할 것이다. 이우환, 이종각, 이형구, 전준, 조성묵, 최인수의 드로잉 작품을 보면, 그들의 조각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감수성과 만나게 된다. 이 때 각각의 드로잉은 조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 속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윤석남흰방,검은방혼합재료_400×400×1200×400cm_2011

파트 3_조각적인 것의 개념 확장을 위한 드로잉의 역할 ●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의 등장과 함께 회화·조각 등의 전통적인 장르 개념 대신에 평면·입체란 개념이 적용되자 설치미술이 급속하게 확신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디어아트가 널리 소개되면서 조각 개념의 해체가 심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미술에서 장르적 경계는 희미해진지 오래이며, 이러한 경향 속에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드로잉 개념이다. 현대에 들어 완성된 조각품을 아무 공간에나 가져다 놓는 것이 아니라, 공간도 하나의 매체로서 조각품과 조응하는 공간의 드로잉이란 개념이 나타난다. 철조 조각으로부터 볼륨이 아닌 선이 강조되는 드로잉 조각이 등장하였고, 이후 키네틱 조각, 드로잉 조각, 부드러운 조각 등 다양한 경향을 만들어내며 조각의 때론 스스로의 위치를 해체시키고, 성격을 바꾸어가며 탈출구를 모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전통적인 조각 또한 여전히 존재하며 각각의 조각들이 공존하고 있다. 결국은 어떤 경향의 소멸과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이해가 중요하다 하겠다. 강은엽, 김청정, 박불똥, 윤석남, 홍성도의 설치 작업들은 조각 개념의 해체와 새로운 해석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남 설치미술가 '진화의 무지개', 한국일보 2011.10.15
조각과 드로잉, 그 불가분의 관계여… 뉴시스 20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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