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작가, “나는소나무가.., 스포츠서울, 2013.10.17

윤석남 작가,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전 개최

‘그린룸’에서 포즈를 취한 윤석남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여성을 꾸제로 꾸준히 작업을 펼쳐온 윤석남 작가가 환희에 찬 녹색 숲을 가지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윤석남은 오는 11월 24일까지 서울 학고재 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에서 싱그러운 ‘그린 룸’과 50년 묵은 너와 지붕에 여성을 그린 ‘너와 작업’ 등 46점의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삶의 환희 담은 ‘그린룸’
먼저 ‘그린룸’은 ‘핑크룸’, ‘블루룸’, ‘블랙룸’ 등 윤남석의 ‘룸’ 연작의 일환이다. 녹색을 주조로 종이를 오려낸 작업을 미술관 벽면에 가득 채웠고 바닥에는 초록색 구슬을, 방 가운데는 연꽃 그림을 그린 나무 탁자와 의자를 놓았다. 얼핏 숲처럼 보이는 종이 작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양이 조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남은 “‘룸’ 작업에서 컬러는 내 삶의 궤적을 의미한다. ‘핑크룸’을 할때는 무척 우울한 마음이었고, ‘블루룸’에서는 희망을 갖고 싶은 마음을 담았었다. ‘화이트룸’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 ‘블랙룸’은 죽음으로 상정했었다. 이번 ‘그린룸’은 숲에서 산책을 하는 듯한 삶의 환희를 담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작업을 하면서 녹색이 주는 치유의 힘에 의해 마음 속 묵은 미움의 감정이 소멸되는 것을 체험했다.

‘그린 룸’ 작업은 우리나라는 물론 이국의 문양들이 다채롭게 섞여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종이작업은 종이에 꽃, 나무, 새, 사람 등 문양을 스케치한 후 가위나 칼로 정교하게 오려내는 과정을 거친다. 과거 무녀가 전통 의식을 치를때 종이꽃을 만들어 제단을 장식했다가 태워버리는 데서 착안한 작업이다. 문양은 우리 전통 문양을 비롯해 이슬람 문화 등 다양한 문화의 문양이 섞여있다.
윤석남은 “우리나라 문양도 있지만 알람브라 궁전에 갔다가 굉장히 아룸다워서 감동받았던 이슬람 문양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까지 룸 시리즈를 한 공간에서 전시해보고 싶은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너와 11-초록으로 물들고 싶어, 113.5×57.5cm, 2013. 제공 | 학고재갤러리

너와 작업이 나란히 걸려있는 전시장 내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수십년 묵은 너와에 표정을 담다
나무로 유기견 1025마리를 조각한 ‘1025: 사람과 사람 없이’(2008) 시리즈 등 나무 작업을 유독 좋아하는 윤석남은 이번 전시에서도 나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나무는 나무되 수십년 묵은 너와 지붕을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십년전 강원도 화전민들이 기와지붕을 구할 수 없어 나무를 잘라 기와처럼 지붕으로 사용한 너와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다. 크기도 모양도 무늬도 제각각인 50년 묵은 너와는 윤석남의 손길을 거쳐 노래하는 여인으로, 새초롬한 아가씨로 다시 태어났다.
윤석남은 “아는 분이 수십년 넘은 강원도 너와를 주셔서 즐겁게 작업을 했다. 폐목은 저마다 자기 형상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작업에 사용한 너와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할머니 얼굴같은 주름을 가지고 있다. 너와가 한 장 한 장 모두 표정이 있었다. 어떤 너와는 구멍이 뚫려있는 게 마치 노래 부르는 사람의 입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너와가 주는 표정에 따라 얼굴을 그렸다”고 말했다.

◇함부로 이름붙이지 말자는 의미의 제목
소나무 그림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데 전시 제목을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로 붙인 이유는 뭘까?
인간 중심의 독선적 사고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어 이같은 제목을 지었다는 윤석남은 “너는 여류화가, 너는 소설가 식으로 명명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소나무라는 이름도 소나무가 원해서 붙여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와 친밀한 소나무라는 일반 명사를 통해 함부로 이름붙이지 말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마흔살 늦깎이로 미술을 시작해 지금은 미술계의 큰 나무가 된 윤석남이지만 지금까지 여성으로, 주부로, 작가로 다양한 역할을 해내며 살아오는 동안 다양한 생채기를 지니게 됐다. 이제 뒤돌아 생각하니 그런 구속과 상처야말로 작업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소녀같은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윤석남은 “나이는 잊어버리고 산다. 몸이 허락하는 한 작업을 하다가 삶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기사바로보기: http://news.sportsseoul.com/read/life/1254774.htm

'윤석남 개인전'... 중앙일보, 2013.10.21
[전시소식]"윤석남 개인전", 학고재, 20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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