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역사에 묻힌 여성의 삶을 캐내는 것이 내 작업”

윤석남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원로 여성작가 윤석남(76)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전 작업을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 ‘윤석남♥심장’전을 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격년으로 미술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원로작가를 초대하는 ‘2015 SeMA Green’전의 일환으로 여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윤석남 작가는 여성의 감수성으로 작업하면서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해 여성미술계를 살찌운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라고 밝혔다.

윤석남, 종소리, 설치.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에는 마흔살 늦깎이로 화단에 입문한 작가가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페인팅을 비롯해 나무를 깎아 사람 형상을 만들고 페인팅을 한 작업, 높이 3m의 거대한 심장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이 망라돼있다.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성이다.
윤석남 작가는 “여성의 삶, 나의 어머니의 삶, 나의 삶이 주 관심사다. 여성들의 삶은 무엇일까. 그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이번 전시에서 세분의 여성을 모셨다. 그분들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작업했다. 먼저 거상 김만덕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삶의 족적은 감동이다. 굶어 죽는 제주도민을 전 재산을 털어서 먹여살린 이타적인 삶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 허난설헌, 이매창을 작품으로 꺼냈다. 이렇듯 역사 속 여성의 얘기를 캐내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은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첫 개인전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여성들을 작업으로 표현해온 그는 페미니즘 작가의 대모로 불린다.
윤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내 삶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머니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어머니를 드로잉했다. 1980년대 여성주의나 페미니즘이라는 말 자체도 전혀 몰랐던 때였는데 이후 여성 작가들이 찾아와 같이 작업하면서 여성으로서 나의 삶을 더 깊이 탐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석남, 화이트룸.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심장’을 전시 제목으로 지은 이유는 뭘까?
“심장은 내 작업 정신과 관련이 있다. 예술은 사회에서 동떨어진 어느 지점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 현상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윤 작가는“현대사회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심장의 의미가 약화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심장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업을 통해 40년 가까이 여성의 삶을 탐구해왔지만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야 할 작업이 쌓여있다는 그다.
윤 작가는 “우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성들은 아직도 밑바닥에서 일하고 있다. 비율로 봤을 때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지위에 올라간 여성은 많지 않다.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게 내가 작품을 하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건강하다는 그는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나는 아직 건강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작업을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하고싶은 얘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역사속에서 파묻혀있는 여성의 삶을 꺼내 내 상상력을 더해 극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