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윤석남이 그린 여성독립운동가 12인 – 우먼타임즈

(연립서가)

“모성의 공동체:여성, 독립, 운동가”
박현정 저/윤석남 그림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기사입력 2025.04.10 16:47)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페미니스트 화가 1세대’라고 불리는 윤석남의 첫 화두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를 통해 이 시대 여성상을 대변하는 작업으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어 큰 공감을 얻었다.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시선으로 가부장적 권위에 대항하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작품활동을 이어 갔다.

허난설헌, 이매창 등 과거의 여성뿐만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화폭 혹은 설치, 조각으로 만들었고, 1,025마리 유기견 조각을 통해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화 기법과 재료에 도전하여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전을 열었고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전에서 시작된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 연작을 진행 중이다.

그가 여성 독립운동가에 빠진 사연은 이렇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이 이렇게 영혼을 뒤흔들 수 있구나”라고 깨닫고는 한국의 초상화 책을 들여다보다가 또 한 번 깨달았다. 두꺼운 초상화 책에 실린 여성 초상은 단 두 점뿐이었다. “여성이 이다지도 사람 대접받지 못했구나”라고 울분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도 나라가 망할 때 분노하고 목숨 걸고 일제에 대항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렸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이 앞으로 나서서 대항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다음과 같은 답을 얻었다. “목숨을 걸고 자기 자신을 당당히 찾는 것”. 여성 독립운동가에게도 나라를 찾는 것은 바로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이 책은 윤석남이 주목한 한국여성독립운동가 12인의 이야기다. 윤석남이 그들의 삶을 그렸고, 작가 박현정이 편지 형식의 글을 썼다.

편지는 의병노래를 만들고 중국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한 의병장 윤희순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편지의 주인공은 만세운동을 벌인 기생 김향화, 그리고 그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에 갇힌 권애라, 심명철, 어윤희, 신관빈, 임명애, 유관순이다. 김향화는 수원에서, 권애라, 심명철, 어윤희, 신관빈은 개성에서, 임명애는 파주에서, 유관순은 서울과 천안에서 3, 1 운동에 참여한 죄목으로 8호 감방에 수감되었다(심명철은 시각장애인으로, 임명애는 만삭의 몸으로, 유관순은 미성년자로 참여했다). 네 번째 주인공은 일본인이지만 피지배민의 편에 서서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 반대한 가네코 후미코다.

나머지 편지는 독립운동을 하던 중에 일본 헌병에게 아이를 잃은 이애라, 소설 ‘상록수’ 주인공의 실존인물이자 농촌계몽운동을 하다가 요절한 최용신, 덕성여자대학교의 전신인 근화여학교를 설립하여 여성 교육에 힘쓴 차미리사에게 보내는 글로 이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낮았던 시절에 약자를 돕고 구하려 했다. 천민이라도 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아 주라고 했던 윤희순, 어머니와 함께 수감된 아기를 위해 젖은 기저귀를 몸에 차서 말려준 유관순, 기생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주도한 김향화, 여성의 의지에 따른 자유연애를 주장한 권애라, 아이들에게도 경어를 썼다던 최용신, 기생과 씨받이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준 차미리사….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뿐만 아니라 약자를 향한 다정함과 공감,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불의에 저항하는 신념과 정의로움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다.

윤석남의 그림에 글을 쓴 박현정은 한국과 일본에서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했다. 에세이와 동화를 쓰면서 책을 만들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 등굣길인 우에노 공원을 출발지로 한 미술관 기행서 ‘아트, 도쿄’(공저)를 썼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천경자, 윤석남, 닭모양 토기 등의 전시 작품을 통해 의도치 않게 마주한 과거의 기억을 ‘혼자 가는 미술관’으로 엮었다. 동화로는 화가 이응노와 거짓말쟁이 소년 마르코폴로의 만남을 상상한 ‘이응노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펴냈다.

출처: https://www.wome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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