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에 새겨진 여자들의 세상, 우드플래닛

너와에 새겨진 여자들의 세상

▲ 눈 뜨고 꿈꾸다, 2013, Mixed media, 92.5×62.5cm

작가 윤석남은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작업들을 통해 억눌려 지내온 모든 여성들을 복권 시키고 스스로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작가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모든 사물을 명명함으로써 인위적 의미로 규정되고 분류되는 현실에 대해 저항한다. ‘너와 작업’은 폐기처분 될 운명이었던 너와에 새로운 숨결을 부여했다. 

너와는 산촌 화전민들이 지붕재로 활용한 수령 50년 정도의 소나무 판재다. 너와는 지붕 위에서 5년 정도 비바람을 맞으면서 붉은 속살은 오간데 없고, 어느덧 마디마디 굵은 옹이와 나이테의 윤곽이 뚜렷하게 남는다. 쇠잔해 처연해진 모습으로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마지막 생을 다한다.

자연의 회복을 기원하는 제의적 의미를 작품에 담는 윤석남은 너와와 어떤 관계였을까? 너와에 붙어 있던 흙먼지를 털어낸 작가는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잠재 되어있던 형상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너와에 등장하는 이들은 주로 여성이며 남성은 단 한 명뿐이다. 여성의 공간에 초대받은 남성 주인공은 바로 ‘책 읽어주는 남자’다.  

운명적으로 사랑한, 글을 읽지 못하는 여자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남자 주변에는 세상의 슬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어머니, 언니, 동생들의 모진 삶이 살아 숨 쉰다.

우드플래닛 I 2024. 01.26  I 김수정기자

기사원문보기: http://woodplanet.co.kr/news/view/1065606139269799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윤석남, 경남도민일보
Book list
error: Content is protected !!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