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윤석남(70·여)이 버려진 개를 형상화한 ‘윤석남―1.025: 사람과 사람 없이’전을 2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전관에서 연다. 지난해 10월 서울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동명 전시의 연작 전시 개념이다. 지난 전시에서 버려진 개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대문명의 모순을 아낌없이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구원을 받아 평화를 얻은 개들을 보여준다. 구작 300여점과 신작 ‘108마리의 나무-개들’ 중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에서 부당하게 대우받는 여성들의 삶을 꾸준히 표현해온 윤 화백은 2004년부터 버려진 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개들을 데려다 정성껏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동기였다. 이후 작가는 5년동안 나무를 이용해 1025마리의 개를 조각했다.
윤 화백은 “나는 단순히 버려진 개를 모아둔 게 아니다. 현대문명이 만든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과 모순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전시장에 놓인 나무 개들은 타인에 대한 사랑마저도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따라 취하고 버리는 현대인의 천박함을 꾸짖는듯한 눈빛이다.
108마리의 나무 개를 만든 것은 불교의 백팔번뇌를 표현한 것. 108이라는 숫자에는 번뇌 뿐 아니라 해탈의 의미도 담겨있다. 버려진 개들이 해탈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개들을 위한 진혼제라고 할 수 있다. 윤 화백의 손에서 백팔번뇌를 벗어난 나무 개들은 색색깔 꽃과 파란 하늘.초록 풀밭과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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