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속 미술이야기] 윤석남의 ‘1025’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경종’
‘유기견’ 소재로’애완 동물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 말하려

‘어머니-요조숙녀’: 윤석남, 나무에 채색, 193×119.5×30 cm, 1993년.
여러분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무엇인가요?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받은 선물들은 이런저런 과자가 다 들어있는 종합 선물 세트나 물감 등 학용품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게임기와 애완 동물이라고 하는데 맞나요?
오늘은 사람이 아닌 동물 작품을 많이 제작한 서양 화가 윤석남 선생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자 합니다.
수많은 동물이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 가족처럼 살아 왔답니다. 실제로 애완 동물을 길러본 친구라면 동물을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이 있는 동물을 기르는 데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애완 동물은 싫증나면 치우는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이므로 늘 가족처럼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애완 동물’이라는 말은 동물은 어떻게 느낄까요?
만약 동물이 사람의 만족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사람이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최근엔 애완 동물 대신 ‘반려 동물’이란 말을 쓰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애완 동물이 병들거나 기르기가 어려워지면 슬그머니 내다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버려진 애완견이 한 해에 수천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유기견을 돌보는 할머니가 있답니다.
‘유기견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 할머니는 병들고 버려진 강아지들을 데려다 치료하고 돌보고 있는데, 식구가 1000 마리를 훌쩍 넘습니다.
화가 윤석남은 이렇게 버려진 개를 거둬 기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글을 신문에서 본 뒤 직접 찾아가 그분과 개들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예쁜 개들도 버림을 받는구나.’

‘1025’: 윤석남, 나무 위에 먹과 아크릴 채색, 2003~2008년.
이후 윤석남은 살아 있는 생명마저도 일회용 물건처럼 버리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버려진 유기견들을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윤석남은 무려 5 년에 걸쳐 이들 강아지들과 은근한 눈빛을 맞추며, 깎고 갈고 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개 조각이 1025 개입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이 숫자는 버려진 개들을 거둬 키우는 이애신 할머니의 집에서 확인한 유기견 전체를 이르기도 합니다.
작품 가운데에는 지치고 힘들어 하는 표정을 짓는 강아지도 있고,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 개도 있습니다. 또 흙바닥에 힘들게 몸을 누이거나, 네 발로 굳건히 서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개도 있습니다.
윤석남이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애완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자연의 생명체이며, 한결같이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작품 ‘어머니’를 살펴볼까요? 좀 우울해 보입니다.
윤석남은 1025를 내놓기에 앞서 이처럼 남편과 자식을 돌보느라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의 사랑과 아픔을 주제로 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왔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들의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한편 우리에겐 감나무의 감을 딸 때 까치밥을 남겨두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나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자 자연의 산물에 대한 나눔을 뜻합니다. 윤석남은 이처럼 미술(그림) 역시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떻세요? 여러분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 동물을 잘 돌보고 아껴 주는 마음을 갖고 있나요?
기사원문보기: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0905/kd2009051814443010318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