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 기자

‘여성적 모더니즘 모색의 시대(1960~1970년대)→민중계 페미니스트 등장과 함께한 반모더니즘시대(1980년대)→다원주의가 팽배한 포스트모더니즘시대(1990년대)→여성성, 여성미학, 페미니즘 인식 지평의 확산에 따른 여성미술의 신장시대(1990년대 이후)’.
쌈지스페이스 관장이자 홍익대 겸임교수인 김홍희씨가 정리한 한국 여성미술의 성장과정이다.
그는 “한국 여성미술의 신장은 부계적 구조나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젠더구조의 해체를 통해 여성성을 되찾자는 이 시대의 페미니즘 운동과 맥을 같이하고 있고 또 이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적 요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성미술과 비교해 여성미술의 다름은 무엇이고 그 힘 또한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8일 개관해 오는 8월27일까지 한국미술관(관장·김윤순·용인시 구성읍 마북리)에서 열리는 ‘여성, 그 다름과 힘-그리고 10년’展이다.
이번 전시는 1983년 설립한 한국미술관이 1994년 서울 가회동에서 용인으로 이전한 지 10년을 기념해 이전 당시 첫 기획전으로 열었던 ‘여성, 그 다름과 힘’展의 연속선상에서 기획된 것이다.
전시에는 1960~1970년대 모더니즘 또는 추상미술에서 여성적 영역을 확보한 조각계 원로인 윤영자, 김혜원, 평면작가 석난희, 홍정희, 김명희, 김원숙, 이숙자 등을 비롯해 1980년대 전개된 페미니즘의 대모격인 윤석남, 박영숙, 1990년대 국제화단으로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확산시킨 이불, 1990년대 이후 여성미술의 신장을 가져온 신진 작가 등 22명이 참여한다.
장르도 조각, 서양화, 동양화, 사진, 금속공예, 섬유 등 다양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유작인 ‘무희(舞姬)’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 전시된다.
참여 작가 모두가 여성화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여성들이지만 그들의 여성성에 대한 해석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은 적잖은 편차를 보이고 있어 각 시대별, 작가별 사상적 표현의 차이를 비교 감상하는 것 또한 관람포인트다.
전시기간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1994년 펼쳤던 이불의 퍼포먼스를 비롯한 당시의 전시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상영된다.
한편 한국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관련된 글과 자료 등을 모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031)283-6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