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안으로 들어온 숲…윤석남 개인전’, 연합뉴스, 2013.10.15

그린 룸, 2013, Mixed media, Variable size_1.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른 봄, 이제 막 새로 돋아나는 풀과 가지에 돋아난 나뭇잎을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녹색 한지가 전시장 벽면을 뒤덮었다.

고유한 우리 전통 문양 같기도 하고 이국적인 이집트 벽화의 문양 같기도 한 무늬로 오려진 녹색 한지로 뒤덮인 벽 아래에는 초록빛 투명한 구슬들이 바닥 가득 깔렸다.

전시장 중앙에는 연꽃무늬가 그려진 통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그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앉아 삼림욕을 즐기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윤석남(74)이 16일부터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에서 이 ‘그린 룸(Green Room)’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그린 룸’ 이외에도 2011년 이미 한번 선보인 바 있는 ‘화이트 룸(White Room)’의 연장선에 있는 ‘화이트 룸-어머니의 뜰’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발표한 ‘핑크 룸’, ‘블루 룸’, ‘화이트 룸’ 작업에 이어 이번에 ‘그린 룸’을 내놓았는데 ‘블랙 룸’을 끝으로 다섯 가지 색상의 방 시리즈를 완성할 예정이다.

15일 낮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각 방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색상은 내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색상들”이라며 “마흔 살에 미술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색으로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내놨던 ‘핑크 룸’은 미술 작업 초기에 느꼈던 우울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고 ‘블루 룸’은 그런 우울함에서 벗어나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끼던 시절의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그린 룸’보다 앞서 작업한 ‘화이트 룸’은 사람이 죽으면 빛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작업인 만큼 순서상으로는 다섯 가지 방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이뤄져야 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린 룸’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꼬부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린 룸’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치유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래된 너와에 아크릴 물감으로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 45점도 출품된다.

작품에 쓰인 너와는 작가의 지인이 30년 전 강원도를 여행하다 너와를 걷어내는 모습을 보고 얻어와 보관하다 올해 초 작업에 사용하라며 준 것이다.

작가는 “너와를 보는 순간 나처럼 오래 산 여성의 주름진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며 “너와 자체가 이미 자기만의 형상과 표정을 지니고 있는데 새로운 형상을 발견할 때마다 나만 아는 즐거움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너와를 준 분이 은인 같다”고 했다.

전시명을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라고 붙인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사물이든 생물이든 필요에 따라 독단적으로 이름을 붙여요. ‘윤석남’ 앞에 ‘여성화가’, ‘여성주의 대표주자’라는 이름을 붙이듯 함부로 규정하고 명명하는 데 대한 저항심이죠. ‘윤석남’ 대신 ‘소나무’를 쓴 건 소나무가 더 친근하고 일반적인 대상이기 때문이고요.”

이번 달 말께 아트북스 출판사에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망라한 작품집 출간도 앞둔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히 집 근처 산을 오른다고 했다.

“‘핑크 룸’ 작업을 할 때는 내가 많이 뾰족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순화되는 느낌입니다. 이제 나이를 잊고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작업하다 떠나고 싶네요. 작가에게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더군요.”(웃음)

전시는 11월 24일까지. ☎02-720-1524.

mong0716@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537481

'개인전에서 신작 선보이는 윤석남 작가', 연합뉴스, 2013.10.15
'나는 소나무가 아닙니다'윤석남... 아주경제,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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